맹인 강 영우박사 아들
두 아들은 미국 주류사회 진입은 물론 미국을 움직이는 젊은 리더로 성장한 성공 비결로 “어렸을 때부터 인생의 비전과 목표를 세우도록 했고, 긍정적인 태도를 갖도록 노력한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교육의 3대 요건은 지능, 노력, 원동력입니다. 이 중 비중이 가장 큰 것이 원동력인데, 인생의 비전과 목표를 세우고, 긍정적인 태도를 갖는 것이 바로 원동력이죠.
어렸을 때부터 이 원동력이 배양되면 부모나 교사가 애써 공부하라고 하지 않아도 스스로 알아서 하게 됩니다. 저는 두 아들에게 원동력을 심어 주기 위해 노력했어요.”
“뛰어난 영재도 부정적인 생각을 품고 있으면 건강한 청년으로 자라기 힘드니 긍정적인 사고를 갖도록 주변에서 도와줘야 한다”며 장남 진석씨의 어린 시절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진석이가 세 돌 반이 되었을 때입니다. 하루는 제게 다가오더니 잔뜩 심통이 난 얼굴로
‘아빠는 다른 친구 아빠들처럼 야구도 못 하고, 세 발 자전거 타는 법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며 불만을 털어놓더군요. 진석이는 앞을 보지 못하는 아버지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겁니다.”
어린 아들을 붙들고 “아빠 눈은 현대의학으로는 고칠 수 없지만 의학이 계속 발전하고 있으니까 네가 어른이 되면 고칠 수 있을 거야. 진석이 네가 의사가 되어서 한번 고쳐볼래?”라고 설득했다고 한다. 아들의 부정적인 생각을 바꾸기 위해 이런 대화를 주고받았다고 한다.
“아빠는 앞은 못 보지만 눈뜬 엄마보다 잘하는 게 있어.”
“그게 뭔데?”
“너희 엄마는 밤에 불을 끄고 동화책을 못 읽어 주지만 아빠는 읽어 줄 수 있잖아.”
어린 나이였지만 아빠의 말이 틀리지 않다는 걸 안 진석씨는 고개를 끄덕였고, 이후 아빠를 자랑스러워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강 박사의 이야기다.
“진석이는 고등학교 성적이 일반 학교라면 하버드대에 원서를 낼 수 없는 수준이었어요.
2학년 때 수학에서 C학점을 받았거든요. 전 학년 전 과목에서 A학점을 받고도 숱한 아이들이 낙방하는 곳이 하버드대인 만큼 성적만으로는 합격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죠. 그런데도 필립스아카데미는 아이가 하버드대에 지원할 수 있도록 추천서를 써 주었습니다. 나중에 들으니 지도교사가 진석이에게 ‘일반적으로 동양아이들은 수학과 과학에서 뛰어나니까 심사 교수가 네 수학 성적은 크게 신경쓰지 않을 거야’라며 힘을 실어 주었다고 하더군요.”
강 박사는 “진석이가 하버드대로부터 입학 허가를 받을 수 있었던 데는 에세이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당시 하버드대에서 내놓은 에세이 주제는 ‘내 생애 가장 의미 있었던 사건이나 경험을 찾아서 서술하라’는 것이었다.
진석씨는 어린 시절 동화책을 읽어 주던 아버지 이야기를 썼다. 어둠 속에서도 글을 읽을 수 있는 아버지의 남다른 능력 덕분에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었고, 평범한 사람들로부터도 인생의 진리를 배울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는 내용의 이 에세이는 하버드대 교수들을 감동시켰다고 한다.
▣ 강진석(미국명 폴 강)의 하버드대 입학시험 에세이(全文)
어둠 속에서 아버지가 읽어 주신 이야기
내 방은 커다란 공사장의 축소판이었다. 레고로 만든 건축물들과, 조그만 자동차들, 그리고 색칠공부 책들 옆에 우뚝 서 있는 커다란 탑들. 분주했던 하루를 마치고, 어질러져 있는 장난감들을 피해 침대에 누워 아버지가 “이제 자야지”라며 불을 꺼 주시면 나의 하루는 마감이 되는 것이었다.
나는 다섯 살 고사리 손으로 머리를 받치고 어둠 속의 허공을 올려다보고 있다. 밤의 침묵이 나를 감싸기 시작하면, 언제나 변함없이 부드러운 손길로 책장을 넘기는 소리가 나를 반기곤 했다. 자리를 잡고, 세서미 스트리트(sesame street) 이불로 나의 작은 몸을 포근히 감싸고 나면, 따뜻하면서도 부드러운 최면사의 기법을 닮은 아버지의 책 읽는 음성이 나를 사로잡았다.
아버지의 부드러운 음성은 나를 유치원에서 미지의 세계로 이끌어 갔고, 그 이야기들 속에서 나는 거북이, 토끼와 경주를 하고, 선한 사마리아인을 만나며 자유로이 상상의 날개를 펼칠 수 있었다. 그저 간간이 들려오는 아버지의 책장 넘기는 소리가 방해가 될 뿐이었다. 상상의 세계에서 여행을 하던 나는 늘 이야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잠이 들어 버렸고, 다음날 아침 눈을 뜨면, 오늘은 이야기를 끝내겠다는 기대로 하루를 시작하곤 했다.
어느 날 아침, 나는 내 상상의 날개를 활짝 펼쳐 주던 아버지의 마술책을 열어 보았다. 내 상상의 뿌리인 그 책에는 그림도, 글자도 없이 올록볼록하게 튀어나온 점들만이 가득할 뿐이었다.
점자 페이지 위에 나의 작은 손을 얹어 놓고 이리저리 더듬어 보며 ‘아버지는 어떻게 이것을 읽으실까?’ 생각해 보기도 했지만, 어린 나로서는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 순간 나는 한 가지를 깨닫게 되었는데, 그때까지 나는 아버지가 앞을 보지 못하는 맹인이라는 사실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아버지가 앞을 보지 못한다고 해서 내가 잃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매일 밤, 아버지는 수많은 이야기로 나를 당신의 세계로, 상상의 세계로 이끌어 주셨다. 아버지와 나, 그리고 나의 상상의 세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내 어린 시절의 동반자였다.
나의 어린 시절을 회상해 보면, 육안이 없이도 볼 수 있는 세상을 보여주신 맹인 아버지를 가진 게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깨닫게 된다. 세월이 흘러 나도 자랐고 많은 것이 변했지만, 늘 변하지 않고 남아 있는 것은 아버지가 잠자리에서 읽어 주신 이야기들이 나에게 미친 영향이다.
아버지의 이야기들로 나는 뛰어난 상상력과 창의력을 가지고 독창적으로 생각하는 법을 배웠고, 미래를 향한 비전이 선명해졌다. 또 한 가지 잊을 수 없는 교훈은, 인간의 가치는 보이는 겉모습만으로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사실과, 지극히 평범한 환경에서, 그리고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로부터도 인생의 귀중한 진리를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의 아버지는 외모로 보면 장애인이다. 그러나 나에게 아버지는 내가 아는 세상 어떤 사람들보다도 뛰어난 능력과 재능을 갖추신 분이다. 아버지는 당신의 장애를 통해, 세상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고귀한 교훈을 깨우쳐 주셨다.
아버지로 인해 나는 세상을 넓은 시야로 바라보고 도전하게 되었고, 누구나 나의 스승이 될 수 있다는 배움의 자세로 삶에 임할 수 있게 되었다.
비록 나는 아버지처럼 어둠 속에서 책을 읽을 수는 없지만, 아버지가 당신의 실명을 통해 나에게 주셨고, 앞으로도 주실 것은 미래를 바라보고 정진할 수 있는 비전과, 상상의 날개를 활짝 펼 수 있는 자유로움과, 인생을 풍족한 기회의 터로 볼 수 있는 눈을 뜨게 해 주신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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